지방소멸대응기금 1조원, 우리 동네는 바뀌었을까
저는 고향을 떠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습니다.
명절마다 내려가긴 하지만, 딱 그때뿐이었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낯선 문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 고향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솔직히 처음엔 실감이 안 났습니다.
북적이던 시장통, 붐비던 학교 운동회 — 제 기억 속 고향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니까요.
그러다 알게된 이름이 바로 '지방소멸대응기금'입니다.
몇 번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는 저도 잘 몰랐는데요.
찾아본 김에, 오늘은 이돈이 정말 우리동네를 바꾸고 있는지 한번 짚어보려 합니다.
■ 지방소멸대응기금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씩 지역에 지원되는 돈입니다.
총액으로 따지면 9조 7,500억원에 이르는데요.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고령화가 심각한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18개 지역을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이 기금이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에 지방소멸 대응만을 위한 전담 재원은 이 기금이 유일하다고 하는데요.
돈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전체의 75%는 기초자치단체 몫이고, 25%는 광역자치단체 몫입니다.
그런데 이돈이 그냥 나눠주는 방식은 아닙니다.
지역이 먼저 '이렇게 쓰겠다'는 투자계획을 세우면, 행안부가 이를 평가해 차등 지급하는 상향식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 인구감소지역, 실제로 뭐가 달라졌나
체감되는 변화도 분명 있습니다.
전라남도는 이 기금으로 '만원주택'이라는 사업을 만들었는데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보증금없이 월 1만원에, 최장 10년까지 집을 내주는 방식입니다.
경남 하동군은 청년들을 마을에 직접파견해 정주여건을 살피는 '청년협력가' 사업을 운영 중이고요.
강원 영월군은 빈집을 정비해 청년창업 공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경북 상주시의 '이안느루'는 체류형 시설로, 최근에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농촌 생활 체험까지 품고 있는데요.
전북 남원시의 바이오·화장품 창업 지원, 전남 담양군의 음악 문화 프로그램도 같은 돈에서 나온 사업들입니다.
숫자로만 보던 정책이, 이렇게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 지방소멸대응기금, 효과는 정말 있었을까
그런데 이 대목에서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성과를 두고는 아직 물음표가 많다는 사실인데요.
2026년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이 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종합평가 보고서를 냈습니다.
2022년부터 4년간, 기금을 받은 지역의 인구증가율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0.6%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나긴 했는데요.
다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집행 속도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누적 미집행액이 9,5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정작 쓰인 돈도 논란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한 지자체는 거리 조명 구매에만 2억 원 넘게 썼고, 일부 지역은 공유빨래방 운영에 예산을 투입했다는 사례도 전해졌습니다.
한 국회의원실의 전수조사에서는 인구유입과 직접 관련된 사업 비중이 절반에 못 미쳤다는 지적도 나왔고요.
'나눠주기식 집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런 사례들 속에 있는 셈입니다.
■ 2026년 이후, 달라지는 것들
일단 제도는 계속 손질되고 있습니다.
2026년 배분부터는 기존 2단계였던 평가 등급이 인구감소지역 4단계, 관심지역 3단계로 세분화됐는데요.
핵심 메시지도 '시설이아닌 사람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주여건 개선이나 인구 유입처럼, 실제성과가 확인되는 사업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겁니다.
관심지역 18곳에 대한 법적 지원근거도 2026년 1월부터 마련됐고요.
국토연구원은 성과평가 반영 비중을 최대 90%까지 늘리자는 제안도 내놨습니다.
다만 이런 제언들은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실제로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을준다고 사람이 남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이 기금은 지난 몇년간 몸소 보여준 셈입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 1만원짜리 집에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 — 그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