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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 쓰려고 몇 번을 고쳤는지 모릅니다. 너무 재테크 글처럼 쓰기도 싫고, 그렇다고 신파처럼 쓰기도 애매해서요. 근데 뭐, 그냥 있는 그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평생 일하셨어요. 아버지는 공장 다니시고, 어머니는 작은 식당 일 도우시면서 저랑 형 둘 키우셨죠. 근데 막상 두 분 다 은퇴하고 나니까 손에 남은 게 딱 하나, 지금 살고 계신 아파트 한 채더라고요. 국민연금은 나오긴 하는데 둘이 합쳐도 100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이고. 그걸 알게 된 날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아, 이게 현실이구나 싶어서요.
그러다 작년 추석 때 형이랑 얘기하다가 주택연금 얘기가 나왔어요. 형은 "그거 집 뺏기는 거 아니야?"라고 했고, 저는 "아닌 것 같던데 한번 알아보자"고 했고. 결국 제가 직접 부모님 모시고 한국주택금융공사 상담 예약을 잡았습니다.
상담 당일, 가기 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어요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혹시 거기 가면 막 가입하라고 압박하거나, 복잡한 서류에 사인부터 요구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근데 막상 가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였어요.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저희 말고도 70대로 보이는 어르신 부부가 앉아 계셨는데, 그 모습 보고 이상하게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오는구나 싶어서요.
상담사분은 설명을 꽤 친절하게 해주셨어요. 제가 사전에 인터넷으로 조금 공부하고 갔는데, 모르는 부분도 있고 잘못 알고 있던 것도 있었거든요.
제일 먼저 물어본 것 : 우리 집은 될까요?
가장 먼저 확인한 건 가입 자격이었어요.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이어야 하고,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9억 원이 기준이었는데 작년에 상향됐다고 해서, 서울 아파트도 이제는 좀 더 여유 있게 가입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저희 부모님 댁은 경기도라 공시가 기준 여유 있게 통과였고, 아버지가 올해 예순셋이시니까 나이도 문제없었습니다.
다주택자도 합산가격이 12억 이하면 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 그리고 저처럼 "집을 맡기면 거기서 못 사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보시는 분 있을 텐데, 그건 아닙니다. 계속 거기서 사시면서 연금 받는 구조예요.
신탁방식이라는 게 있는데, 이걸 몰랐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이게 제가 상담에서 제일 크게 배운 부분이에요.
저한테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가 뭐였냐면요.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남으셨을 때, 연금이 끊기거나 집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예전 방식인 저당권 방식은 진짜로 그 리스크가 있었대요. 아버지 명의로 가입했다가 돌아가시면, 자녀들이 전부 동의 도장을 찍어줘야 어머니한테 연금이 승계됐다는 거잖아요.
근데 저 형이랑 사이가 나쁜 건 아닌데, 돈 문제 엮이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가족이니까 더 복잡해지는 게 돈 문제거든요.
그래서 신탁방식을 추천받았는데, 이건 처음부터 주택 소유권 자체를 공사에 신탁하는 방식이라 자녀 동의 없이도 어머니한테 자동 승계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진짜 마음이 놓였어요. 형제끼리 얼굴 붉힐 일이 없는 거잖아요. 게다가 남는 방 하나는 전세를 줄 수도 있다고 하니, 부모님 용돈 벌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요.
근데 얼마나 받냐고요? 그게 제일 현실적인 문제죠
상담 내내 어머니가 제일 궁금해하신 게 그거였어요. "그래서 우리 한 달에 얼마 받아?"
여기서 포인트가 두 가지 있었어요.
하나는 집값 산정 방식인데, 아파트는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 기준으로 보고, 빌라나 단독주택처럼 시세가 없는 경우엔 감정평가를 따로 받아야 한대요. 다행히 저희 부모님은 아파트라서 빠르게 확인됐어요.
둘째는 부부 중 나이 어린 사람 기준으로 연금액이 책정된다는 거예요.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다섯 살 아래신데, 어머니 나이 기준으로 계산하니까 아버지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금액이 조금 내려가더라고요. 솔직히 그 부분에서 살짝 아쉬웠어요. 근데 어머니가 더 오래 사실 테니까 어쩔 수 없는 논리인 거고, 그 대신 더 오래 받으시는 거니까 이해는 됐습니다.
지킴이 통장 얘기는 진짜 몰랐는데
상담 거의 다 끝날 때쯤 상담사분이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을 언급하셨어요. 저는 솔직히 그때까지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어르신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나중에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통장이 압류되는 거잖아요. 빚 보증이든 뭐든 사람 일은 모르니까요. 근데 이 전용 계좌를 쓰면 월 연금액 중 최저생계비 250만 원까지는 법적으로 압류를 못 하게 막아준대요.
그 설명 들을 때 옆에 계신 어머니 표정이 조금 편해지셨어요. 그냥 그 표정 하나 보는 것만으로 이날 상담 온 게 의미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찜찜한 부분도 있어요
좋은 것만 얘기하면 그건 또 제가 아니죠.
집값이 오를 때의 박탈감 문제는 진짜 무시 못 해요. 가입 시점 집값으로 연금이 고정되는 구조인데, 가입하고 나서 집값이 확 오르면? 물론 해지하면 되긴 하는데, 그때까지 받은 연금이랑 이자를 다 뱉어야 하거든요. 부동산 오름세가 이어지는 시기라면 나중에 "괜히 가입했나" 싶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자 구조가 복리예요. 매달 받는 연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 방식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빚이 불어나요. 여기에 초기보증료 1.5%에 매년 0.75% 연보증료까지 더해지면, 나중에 정산할 때 집에서 남는 돈이 생각보다 훨씬 적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건 자식 입장에서 좀 씁쓸한 얘기인데요. 부모님이 주택연금을 가입하신다는 건, 사실상 제가 상속받을 자산이 줄거나 없어진다는 뜻이에요. 물론 부모님이 당신들 노후를 스스로 해결하신다는 게 자식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긴 한데, 한편으론 청년 세대한테 유일하게 남은 자산 사다리 하나가 사라지는 거기도 하잖아요. 사회 전체로 보면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는 구조고요. 이건 제가 속 좁은 건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드는 생각이라 그냥 씁니다.
그래서 결론은요
상담 끝나고 나오면서 부모님이랑 근처 국밥집에서 밥 먹었어요. 밥 먹다가 아버지가 "그래도 나중에 너네한테 손 안 벌려도 되겠다"고 하시는데, 그 말이 좀 마음에 걸렸어요. 자식한테 부담 주는 게 그렇게 눈치 보이셨구나 싶어서요.
저는 그때 그냥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 그냥 가입하세요. 우리 용돈 주는 것보다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게 낫잖아요. 우리 신경 쓰지 마시고."
주택연금은 재테크가 아니에요. 집값 올려서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그냥 내 집에서 평생 살면서 생활비 걱정 안 하는 구조예요. 자식한테 손 벌리기 싫은 분들, 현금 흐름이 막막한 은퇴 세대,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그냥 내 집에서 살고 싶은 분들한테는 진짜 맞는 선택일 수 있어요.
반대로 상속에 대한 기대가 크거나, 부동산 투자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시는 분들이라면 좀 더 따져보셔야 하고요.
뭐가 됐든 가입 전에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예상 연금 조회 먼저 해보세요. 그리고 가족끼리 꼭 한번 터놓고 얘기하시고요. 이게 단순한 금융 상품 가입이 아니라, 온 가족이 같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니까요.
본 글은 한국주택금융공사 방문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www.hf.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