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1900원 돌파(26조 추경/고유가 피해지원금/K패스)

기름값 1900원

오늘 아침, 출근길 단골 주유소 전광판을 보고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휘발유 1,974원. 어제까지만 해도 1,800원대 후반이었던 것 같은데, 하룻밤 사이에 숫자가 또 바뀌어 있더라고요. "설마 2,000원 찍겠어?" 하며 동료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얘기가 이제는 현실이 된 기분입니다.

기름 넣는 게 아니라 내 피 같은 돈을 길바닥에 뿌리는 기분이라, 주유기 앞에 서면 괜히 한숨부터 나옵니다. 예전엔 "가득이요" 외치던 게 사치처럼 느껴져서 이제는 딱 5만 원치만 끊어서 넣게 되네요. 주유를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뉴스를 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통 '중동 전쟁 위기'와 '26조 원 전쟁 추경' 이야기뿐이었습니다.

26조라는 거대한 숫자, 그리고 33년 만의 명령

이재명 대통령이 33년 만에 '긴급 재정 명령'까지 언급했다는 소식을 듣는데, 정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1993년 금융실명제 이후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는데,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건너뛰고 예산을 집행할 수도 있다는 건 그만큼 지금 중동발 쇼크가 우리 경제에 주는 타격이 전례 없이 크다는 방증이겠죠.

OECD가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콕 집어 대폭 낮췄다는 소식도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인데, 중동에서 총성이 울릴 때마다 우리 집 가계부가 흔들리는 이 구조가 참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정부가 26조 원을 풀어서 일단 급한 불을 끄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이 시중에 풀리면 안 그래도 비싼 물가가 더 오르지는 않을지, 병 고치려고 약을 먹었는데 그 약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닐지 겁이 납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15만 원이면 며칠이나 버틸까?

이번 추경의 핵심인 '고유가 피해 지원금' 소식에 저도 바로 계산기를 두드려봤습니다. 소득 하위 70%에게 1인당 최소 1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 준다는데, 저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아마 기본 15만 원 정도를 받게 될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15만 원이라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와! 다행이다"라는 생각보다는 "이걸로 기름 몇 번 넣으면 끝인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제 차에 기름 한 번 가득 채우면 10만 원이 훌쩍 넘게 나가거든요. 딱 한 번 반 주유하면 사라질 돈이죠. 마트 장바구니 물가는 또 어떤가요? 대파 한 단, 계란 한 판 사면 2만 원이 훌쩍 넘는 요즘입니다.

물론 기초수급자분들이나 인구 감소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최대 60만 원까지 받는다는 건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그분들에겐 이 돈이 생명줄이나 다름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처럼 어중간한 위치의 직장인들에게는 참 묘한 금액입니다. 안 주면 서운하고, 받자니 당장의 갈증만 겨우 축이는 정도랄까요? 게다가 지역 화폐로 준다니, 평소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만 써야 한다는 게 조금은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뭐, 요즘 같은 불경기에 공돈 15만 원이 어디냐 싶어 감사하게 써야겠죠.

K패스 환급률 30% 인상, 이제는 차를 버려야 할 때인가요

추경안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솔깃했던 건 K패스 환급률 인상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환급률을 30%포인트나 올린다는데, 이 소식 듣고 바로 지갑 속 K패스 카드를 확인해봤습니다.

출퇴근길에 차를 끌고 다니면 한 달 기름값만 30만 원이 넘게 깨지는데,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그 절반도 안 들거든요. 거기다 30%를 돌려받는다면? 이건 안 탈 이유가 없죠. 하지만 지방 사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버스 배차 간격이 서울처럼 5분, 10분 하는 게 아니잖아요. 30% 환급해준다고 해도 버스 한 대 놓치면 지각인 상황에서 선뜻 차 키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돈을 돌려주는 것도 좋지만, 지방 대중교통 인프라부터 좀 제대로 깔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BTS의 '스윔(SWIM)', 빌보드 1위 소식에 위안을 얻다

우울한 경제 뉴스 사이에서 유일하게 웃음이 났던 건 BTS 소식이었습니다. 정규 5집 '아리랑'의 타이틀곡 '스윔'이 빌보드 핫 100 1위를 찍었다는 소식,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3년 9개월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와서 이런 기록을 세우다니, 역시 BTS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 가사 중에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데, 딱 지금 제 마음 같아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BTS가 세계 정상에 올랐다고 제 기름값이 당장 내려가는 건 아니지만, "우리 참 잘 버티고 있다"라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마트에서 계란 값 보고 고민하다가도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나는 기분입니다.

마치며 : 지원금보다 중요한 건 '내일의 희망'입니다

이번 26조 추경안은 다음 달 10일 국회에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아마 정치권에서는 치열하게 싸우겠지만, 결국 서민들을 위한 거라면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습니다. 15만 원이든 60만 원이든, 그 돈이 누군가에겐 이번 달 아이들 학원비가 되고, 누군가에겐 부모님 따뜻한 한 끼 사드릴 소중한 예산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정부에 바라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런 지원금은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중동에서 전쟁 날 때마다 벌벌 떨어야 하는 에너지 수급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건지 묻고 싶습니다. 26조 원이라는 거금의 일부라도 에너지 독립이나 새로운 먹거리 산업에 제대로 투자해서, 나중에는 지원금 없이도 우리 서민들이 허리 펴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마트에서 계란 한 판 크게 마음먹고 사 와야겠습니다. 지원금 나올 거 미리 당겨 쓴다는 셈 치고요. 여러분도 너무 기운 빠져 있지 마시고, 이 위기를 다 같이 잘 버텨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언젠가 다시 올 '꽃길'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